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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TV

꽤 쫄깃한 사이다 스릴러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by 달리뷰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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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용으로 틀었다가 나름 재밌어서 시간 순삭

이 영화는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로 떠서 근래 눈에 띄었다. 아주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보다는 생각없이 대충 한 번 봐볼까, 라는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주연배우가 천우희와 임시완이라는 점도 플레이 버튼 클릭에 한 몫을 했다. 사실 해당 배우들의 다른 작품을 본 적이 없긴 한데, 제법 탄탄한 젊은 배우라는 평은 들은 거 같거든. 
 
보다 졸리면 다음날 이어 볼 생각이었는데, 꽤 흥미진진해서 앉은 자리에서 다 봤다(중간에 밥 먹고 온 거 제외) .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라 재밌다는 생각도 잘 안 하는데, 이건 쫄깃쫄깃한 스토리에 전개가 빠르고 시원해 마음에 좀 들었달까. 일본 소설이 원작이고, 일본 영화로도 있다더라. 

&lt;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gt; 천우희&#44; 임시완&#44; 김희원 다 나온 공식 포스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공식 포스터

 

줄거리는 단순, 플롯은 치밀, 전개는 빠름 빠름 빠름!

영화는 처음에 거의 스마트폰이 주인공인 양 시작된다.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일어난 깨발랄 젊은 직장인 이나미(천우희)는 일상의 모든 생활이 스마트폰과 연결되어 있다. 교통카드, 공연 예매, 인스타 업로드, 배달음식 주문, 웹툰 보기, 배틀그라운드 게임, 야구관람, 친구 및 가족과의 소통, 중고물품 거래, 넷플릭스, 길찾기, 사진찍기, 결제하기 모든 일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여기서 영화를 찍는 카메라는 이나미가 아닌 이나미의 스마트폰을 주로 비춘다. 
 
그러다 나미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게 된다. 그리고 영화 제목 그대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일상이 모두 엉망이 되고 살해 위기에 놓인다. 왜? 스마트폰을 주운 우준영(임시완)이 지능형 연쇄살인범이거든. 준영은 나미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를 심은 후 폰을 돌려준다. 준영은 나미의 모든 생활을 엿보고 파악한다.  단적으로 아예 이런 대사까지 나온다. 
 

이것만 있으면 알 수 없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것만 있으면 
네가 뭘 샀는지, 뭘 원하는지, 뭘 가졌는지, 뭘 처먹었는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구를 싫어하는지.
이것만 있으면 누구든 내뜻대로 움직일 수 있고 누구든 될 수 있는데
근데 뭐 '말도 안 되는 생각하지 마'야. 
 
-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중 준영(임시완)의 대사 -

 
준영은 얻어낸 정보를 활용해서, 나미에게 접근하고 나미의 주변인들을 끊어내고 종국에는 나미를 죽이려고 한다. 딱히 악감정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이전에도 똑같은 짓을 여덟아홉 번쯤 한 연쇄 살인마다. 어떤 반전이나 꼬임 없이, 영화는 시원스레 전개된다. 
 
그리고 연쇄살인을 조사하는 형사 우지만(김희원)이 영화 줄거리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한다. 범인이 자기와 인연을 끊은 아들 우준영일 거라고 추정하고 그를 뒤쫓는다. 그리다 준영의 다음 타깃이 된 이나미와 만나게 되고, 이들은 공조해서 우준영을 잡기로 한다. 준영도 상당히 지능형 범죄자이지만, 나미도 한 똑똑했고 지만도 제 일을 잘 해줬기에, 결국 준영은 잡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옥 문을 밟고 오기도 하지. 

 
마지막에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크리티컬한 건 전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 보는 이를 위해 이 얘긴 안 해야지. 
 
나미와 주변인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수많은 스마트폰들에 둘러싸여 살게 된다. 난 은근히 이 부분이 오싹하더라. 모두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가지고 있고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파워 J 지능형 연쇄살인범 '임시완' vs. 위기 앞에 당찬 똑순이 '천우희'

이 영화는 절반쯤 넘어가며 본격 재미가 붙는다. 중간쯤 임시완은 본격적으로 행동에 돌입하고, 천우희는 어이없이 당하다가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이를 간다. 이 둘이 과연 어떻게 서로를 죽여갈 것인가가 영화 중간쯤부터 또렷해지는 관전 포인트. 마냥 발랄하게 지내다가 완전 휘둘리던 천우희가 이 꽉 깨물고 범인 잡겠다고 변모하는 모습도 시원하고. 

 

그저 킬링타임 스릴러? 스마트폰 과잉의존에 대한 경고?

영화는 일부 과장된 면도 있지만, 그래도 스마트폰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뗄 수 없는 물건이 된 건 사실이다. 간혹 어린 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두 스마트폰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어쩐지 서글퍼지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친구들이랑 넷이 모였는데, 자꾸 각자 폰만 보길래 15분 동안 폰 보지 말고 대화하자고 알람 맞춘 후 테이블에 폰 뒤집어 둔 적도 있다. 
 
스마트폰에 너무 과잉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와도 이해되고, 반면 기술의 편리를 누리는 것인데 웬 꼰대같은 소리냐는 반론이 나와도 이해된다. 그리고 이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잘못은 스마트폰과 친한 나미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범죄에 악용한 준영에게 100%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에 인용한 영화 속 준영의 대사가, 어느 정도 사실이라 섬뜩하기도 하다. 수단이 무엇이 되었든, 내가 누군가에게 쉽게 카피되고 컨트롤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건 찝찝하긴 하니까.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도) 그렇다고 스마트폰 좀 작작 쓰자는 결론으로 성급히 치닫고 싶진 않다. 다만 내가 어떤 기술이나 도구에게 내 주체성을 빼앗기지는 않도록 경계할 필요는 있는 거 같다. (생각의 방향이라든가, 생활의 범위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도움은 받고 편리를 누리되, 결정되지는 말자, 랄까..) 솔직히 이건 이 영화보고 든 생각이라기 보다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긴 하지만서도. 
 
너무 갑분결론이지만, 영화는 쏠쏠히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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