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및 TV

<더글로리> 파트2, 살벌한 복수 속 달콤한 꿀 한 스푼💕

by 달리뷰 2023. 3. 12.
728x90

장르는 복수극이라도, 로맨스는 순항하는 더글로리 파트2

많이들 손꼽아 기다리던 더글로리 파트2! 예상대로 냉혹하면서도 속시원한 복수가 연달아 성공하는 가운데,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 역시 하나하나 빌드업 되어 갔다. 일단 파트2 첫화인 9화에서부터 꿀이 떨어졌다. 꾀병 부리며 자리를 피하려는 동은의 뒤에서 열을 재는 척 하는 유사 백허그. 여정은 포근했고, 동은은 설렜던 순간. 

더글로리 9화&#44; 열 재는 척 동은을 뒤에서 안아주는 여정
전문의적 소견으로 꾀병임을 진단하기 위한 여정의 백허그 (사진출처: 넷플릭스)

 

11화에서는 하도영은 만나고 온 동은에게 여정이 귀여운 질투를 한다. 여정의 표정이 딱딱한 걸 보고 동은이 민소매 옷 때문에 드러난 자기 흉터가 남들에게 불편한 거 같다고 말하자 이렇게 말한다. "아닌데 그런 거. '하도영 만나러 가면서 왜이렇게 예쁘게 하고 갔대? 추리닝 입고 가도 됐을텐데' 그런 표정인데." (과하지 않으면서도 여심을 흔드는 이런 표현. 김은숙 작가가 대사를 참 잘 쓰기도 했고, 여정 역을 맡은 이도현 배우가 맛을 참 잘 살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영은 동은에게 상처를 치료해주겠다고 한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더 깊은 상처를 내야 한다고, 그 상처는 자기가 내주겠다고. 그럼 처음과 똑같아질 순 없어도 가까워질 순 있다고. 그러나 동은은 무심하게 거절한다. 아무 의미 없다면서. 둘이 보통의 연인처럼 편하게 가까워지기에는, 스스로가 진 과거의 무게와 현재의 과업이 퍽 무거운 거 같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둘은 그렇기에 더욱 서로에게 서로여야만 하는 애틋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시 또 돈에 넘어가 딸을 팔아버린 엄마 때문에 뺨에 상처를 얻고 마음에는 더 큰 상처를 입어서, 동은이 무너져 내린 날, 여정이 동은을 찾는다. 그리고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면서, 옆에 있다는 게 딱 티가 날 정도로만, 그림자로서 동은의 곁을 지킨다. 다음날 여정이 동은의 뺨에 약을 발라주면서, 둘은 또 조곤조곤하지만 달달하게 티키타카 대화를 한다.

동은이 참 많이 아프고 슬펐던 날, 곁을 지켜준 여정 (사진출처: 넷플릭스)

 

내가 당신을, 당신이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당신도 안다는 믿음 안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대화. 

 

어휴, 의사 뒀다 뭐해요. 덧나면 어쩌려고.

어떻게 참았을까. 약 발라주고 싶어서.

하, 이봐, 다 알면서. 사람 속 타게. 

이 정도 흉에 속이 타요?

난 타요. 왜요, 뭐, 고소하게요?

아.. 치료 잘 한 거 맞아요?

그러게, 누가 방치하래요.

창피하니깐 그랬죠. 우리 엄마가 또 전화 안 했어요?

아니, 결말이 이게 아니거든요? 이게 되게 훈훈하게 끝나는 얘기였거든요.

- <더글로리> 12화 中 -

 

13화에서 동은이 여정의 상처를 어렴풋이 눈치챈 날, 동은은 국수를 만들고 여정을 기다린다. 인생은 힘겨워도 서로를 생각하며 웃을 때는 이렇게나 예쁜 그들. 

더글로리 13화&amp;#44; 동은이 준비한 음식 보며 웃는 여정더글로리 12화&amp;#44; 여정이 먹는 모습보며 웃는 동은
검은 옷처럼 어두운 과거에 매여 살지만, 그래도 웃을 때 예쁜 여정, 동은 (사진출처: 넷플릭스) 

 

이때 둘의 대화는 아련하게 시작하지만 또렷하게 마무리된다. 이때까지 동은은 자기가 누군가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직진하는 여정으로 인해 한 뼘씩 마음을 열어 간다.  

 

우리가 만약에요.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만났으면, 지금과는 달랐을까요?

같았어요. 어떤 모습이든 난 여전히 후배를 좋아했을거에요. 99%?

1%는 왜 남겨요?

지금이 100%거든요. (동은 얼굴에 상처 만지면서) 말끔히 아물었어요. 

(동은이 여정 안으면서) 인질로 잡은 거에요. 국수 맛있다고 해요.

- <더글로리> 13화 中 -

 

어두운 곳에서 혼자 울던 둘, 고운 하늘 아래 같이 따뜻하기  

극중에서 동은은 차가움으로 여정은 능청스러움으로 세상을 대한다. 자신의 지옥을 오롯이 마주했을 때조차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다가 혼자 남겨지면, 버텨왔던 만큼 더 와르르 울음이 터지고 만다. 동은이 또다시 돈에 눈 멀어 딸을 팔아버린 엄마를 마주한 후, 여정이 아버지를 죽인 싸이코패스 살인마와 마주한 후, 둘은 각자의 차 안에서 서럽게 운다.

각자의 지옥 속에서 혼자 오열하는 동은, 여정 (사진출처: 넷플릭스)

 

이렇게 흔치 않은 괴로움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서 상대의 괴로움을 막연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으려나. 못된 가해자들이 하나씩 죄값을 처절하게 치르게 되는 와중에 동은과 여정의 온도는 좀 더 따뜻해진다. 14화에서 여정이 조깅을 하고 동은이 여정에게 물을 내미는 순간은, 마치 이들의 미래도 저 뒤에 하늘빛처럼 곱고 예쁠 거 같다는 성급한 바람을 갖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미지만 봤을 때 제일 예쁜 장면이 이거다. 

좀 전에 봤지만 또 보고싶은 사이, 동은과 여정 (사진출처: 넷플릭스)

결말이 많이 궁금했는데, 이정도면 훌륭한 밸런스

아무리 앞에서 동은과 여정의 로맨스를 빌드업 해왔다지만, 여타의 드라마처럼 평탄히 행복해버리기에는 <더글로리>가 시작부터 끝까지 달려온 거대 맥락과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다 동은이 짜둔 설계 안에서 마땅한 벌을 받은 것까지는 좋은데, 그렇다고 동은이 웃으면서 '임무 완료!'라고 하기엔 시작과 과정이 모두 너무 잔혹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한 번 '<더글로리> 파트2, 나만의 핵심 관전 포인트' 포스팅에서도 밝혔듯, 복수 이후의 동은이 어찌될지 궁금했다. 

 

일단 16화에서 가해자들은 일찌감치 싹 다 정리됐고, 초중반부쯤 동은과 여정은 같이 바다에 간다. 노래하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여정이 맥주를 사러간 사이 동은은 떠난다. "우리 이제 다 왔어요. 여기가 끝이에요."라는 말만 남기고. 그리고 동은은 자신의 목표였던 연진의 사진을 불에 태우고, 폐건물 옥상에 선다. 아주 예전에도 한 번 올라섰던 그곳. 아마 동은은 처음부터 이럴 예정이었을 것 같다. 복수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근데 여기서 여정의 엄마가 등장한다. 자칫 쌩뚱맞을 수도 있는 전개지만, 미스테리한 인물 '부동산 주인 할머니' 서사가 복선으로 깔려 있었기에, 나름 설득이 되기도 한다. 동은이 어릴 때, 죽으려고 강에 들어갔다가, 자기 앞에서 먼저 강에 들어가려는 아주머니를 구한 적이 있는데, 그게 부동산 주인 할머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죽으려고 했던 것. 동은이 복수를 마치고 죽음을 각오한 순간, 여정의 엄마가 살려달라고 외친다. 자기 아들을 지옥에서 꺼내달라고. 자기만을 위해서라면 살 이유가 없지만,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죽음을 중단할 수 있는 동은임을 다시 보이게 된다. 

 

육개월 여만에 재회하고, 이번에 이들은 여정의 복수를 설계해간다. 설계가 끝나고 시행만을 앞둔 상태에서 둘은 복수의 무대가 될 지산교도소로 함께 들어간다. 문밖에서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나누고. 열린 문으로 나란히 들어가는 둘의 모습이 얼핏 결혼식장을 행진하는 커플의 모습 같이 보이기도 한다. 

&lt;더글로리&gt; 16화&#44; 결혼식을 하듯&#44; 여정의 복수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과 동은
이제 여정의 복수를 향해 걸어가는 여정과 동은, 마치 결혼식에서의 행진처럼 보이기도 (사진출처: 넷플릭스)

 

지금까지의 드라마 분위기나 '복수'라는 처절함을 어느 정도 한쪽 저울에 올린 상태에서 다른쪽 저울에 로맨스를 균형있게 올린 엔딩이었다고 본다. 드라마일 뿐이지만, 미련을 가지고 과몰입해보자면, 여정의 복수마저 끝난 세상에서는 둘다 멈춰버린 과거의 시간 속에서 한 걸음 걸어 나오기를, 그리하여 조금씩 더 행복해지기를.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