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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TV

<더글로리> 빌런들, 인과응보의 끝: 죽음 혹은 망함

by 달리뷰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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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물고 뜯으며 공멸한 핵심 가해자 다섯

동은을 열아홉의 시절에서 멈추게 만든 다섯 명은 모두 파멸을 맞았다. 동은은 판만 깔았을 뿐, 직접 손에 피를 묻히지는 않았는데, 궁지에 몰린 이 가해자 연대 인간들은 서로를 물고 뜯으며 공멸했다. 살기 편하고 자기 좋을 대로 즐기기만 하던 시절에는 싸울 일 없었겠지만, 애초부터 이런 인간 이하 짐승들에게 진정한 우정이나 사랑이 있을 리 만무했던 것이다. 

 

9화에서 이미 죽은 손명오 빼고 넷이 모인 자리에서, 같은 상황을 두고 각자 자기 살 궁리만 하는 모습이 이들의 관계를 대변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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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폭 사건 터질까 걱정하는 연진(좌)과 마약 사건으로 수사가 바뀐 것만 걱정하는 사라(우)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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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예솔이를 데려올 수 있겠다 궁리하는 재준(좌)과 남들이 뭘 아는지 파보려는 혜정(우) (사진출처: 넷플릭스)

 

빌런들의 끝을 깔끔하게 정리해보자. 주목할 것은, 얘네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해치며 공멸했다는 점. 

 

(스포 다량 함유 주의!!)

 

1. 손명오: 연진 손에 죽음

동은이 알려준 정보(연진이 소희 죽인 거)로 연진에게 돈을 뜯어내려다가, 연진이 내리친 술병에 머리가 깨져 죽음에 이른다. 시간상 파트1에서 이미 죽었지만, 파트2에서 이때의 상황이 몇 차례 등장하기에 확실한 죽음과 범인은 파트2에서 밝혀진다. 사실 연진 손에는 죽기 직전까지만 간 건데, 당시 같은 공간에 있던 경란이 괴물 같은 명오를 피하려다가 완전하게 보내버린다. 이것도 다 인과응보. (이 인간, 다 큰 후에도 경란에게 몹쓸 짓을 했었다) 

 

2. 최혜정: 사라 손에 찔리고 목소리 상실

손에 넣은 명오의 태블릿 안에, 사라 동영상이 있는 걸 발견한다. 유출할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계속 자기를 무시하는 데에 열받아서 단톡창에 영상을 올리고, 열받은 사라가 연필로 목을 찔러 버린다. 피가 철철 나길래 혜정이 죽나 했는데, 치료를 받아서 살긴 산다. 그렇지만 성대를 다쳐서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직업(승무원)도 꿈(돈많은남자랑 결혼)도 날라가고, 비참해지는 일만 남았다. 

 

3. 이사라: 혜정에 대한 살인미수로 감옥

마약은 초범이라 집행유예로 나왔으나, 혜정을 찌른 일로 살인미수죄 적용되어 감옥에 간다. 그리고 그전에 이미 뭐 마약하고 수치스러운 추태 부리는 게 만천하에 공개됐다. 아버지의 탈세도 제대로 걸렸다. 자기 학폭 스캔들을 덮으려는 연진의 언론 폭로를 눈치챈 이후, 연진의 학폭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가해자 그룹 내에서 분노의 칼춤을 추며 혜정과 연진을 둘 다 다치게 했달까. 물론 자기도 망하고. 

 

4. 전재준: 혜정에 바꿔친 약으로 시력 잃고, 도영 손에 죽음

희한하게도 재준은 이 모든 난리통에서 직접 타격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재준의 배신에 열받은 혜정이 재준의 안약을 바꿔치기 해서 눈이 안 보이게 만든다. (물론 바꿔치기 할 약은 동은이 준비해서 혜정에게 건넸다) 눈 아파서 괴로워하는 것도 쌤통이긴 한데, 누군가가 재준을 옥상으로 데려갔고 거기서 재준은 안 보이는 눈으로 날뛰다가 떨어져 죽는다. 이건 예솔을 지키기 위한 도영의 설계였다. 드라마 내내 재준이 도영에게 깝쭉거린 게 이런 끝을 위해서였더군. 아, 그리고 전재준, 고등학교 때도 소희를 임신시킨 나쁜 놈이었다. 

 

5. 박연진: 명오에 대한 살인죄로 감옥

끝까지 센 척하지만, 연진이 소희와 명오를 죽였다는 게 여러 층위에서 드러난다. 자기 죄를 덮어주던 엄마와 신차장마저도 자기를 배신하고, 결국 연진은 살인 현장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수갑을 찬다. 살인이 두 건이니, 일단은 거의 무기징역이지 않을까. 감옥 안에서의 생활도 비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면회 온 동은이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암시를 주자,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고 억울해 미치려고 한다. 동은의 계획대로 연진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악의 조력자들도 어느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죗값을 치른다

핵심 가해자들이 어릴 때부터 뭣모르고 날뛰며 못된 짓을 키워갈 수 있었던 건, 이들의 뒤를 봐준 악의 조력자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들에 대한 인과응보도 알뜰하게 챙겨 보여준 <더글로리>. 어떻게 끝장났나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연진 엄마 '홍영애'는 파트1에서의 철인같은 모습과 달리 파트2에서 꽤나 허둥지둥댄다. 과거 딸의 살인을 감춰준 게 드러날까봐, 이를 가지고 협박하는 남자(선아아빠)를 죽인다. 한 번 죄를 지으면, 그걸 숨기기 위해 계속 더 큰 죄를 짓게 되는 듯. 나름 사고를 가장한 살인을 했지만, 들통나서 감옥 간다. 딸이랑 감옥 동기 됐음. 

 

경찰 차장인 '신영준'은 자기가 손발로 부리던 깡패 같은 놈들에게 뒷통수를 맞는다. 누군가를 죽인다면, 시체를 비 오는 날 파묻어야 좋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자기가 딱 비 오는 날 파묻히게 됐다. 그거 아니더라도, 제대로 수사하면 신영준의 죄도 다 드러났을 테고, 그럼 아마 감옥행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지금까지 해온 짓처럼, 음지에서 처리됐다. 

 

돌팔이 무당 아줌마도 홍영애의 살인을 돕고, 돈을 챙기려다가, 동은에게 딱 걸린다. 그리고 동은이 시키는 대로 굿을 하며 연기를 해서 연진을 겁주는데, 이 와중에 갑자기 휙 죽어버린다. 이렇게 굿 하다가 죽는 걸 '벌전'이라고 한다던데, 이건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있지만, 아무튼 무당도 이로써 죗값을 치렀다. 동은을 괴롭힌 것과 직접 관계는 없을지언정, 사기꾼 무당짓 하면서 불법 매춘을 조장했으니, 죄가 컸지. 

 

동은 엄마는 돈에 눈이 멀어 딸을 두 번이나 팔아넘겼지만, 결국 정신 병원에 수감된다. 

 

변태 학교 선생은 헤어스타일뿐 아니라 실제로 변태였는데, 열받은 재준 손에 죽도록 얻어터진다. 

 

선아아빠도 아내 현남과 딸 선아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더니만, 자기 욕심에 자기가 넘어가 죽고 만다. 동은과 현남이 이 남자를 죽이는 걸 조건으로 계약을 했을 때, 직접 손에 피를 묻힐까봐 걱정했는데, 여기도 그냥 나쁜 놈들끼리 공멸했다. 

 

동은 고딩 담임은 파트1에서 일찌감치 죽었지만, 이 사람도 악의 조력자 중 한 사람이었다. 

 

다 적고나니 명단이 꽤 기네. 나쁜 짓이라는 게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다. 이중 누구 하나라도 제정신이었다면, 어린 동은이 겪어야 했던 지옥이 지금처럼 뜨겁진 않았을 텐데. 물론 보건 선생님, 부동산 할머니, 공장 동생, 파트2 형사처럼 꿋꿋한 이들도 있다. 선이 악보다 더 크고 강한 연대를 이루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과연 현실은 어떨런지. 

 

드라마에서 나와 현실 보기: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은 존재하나?

<더글로리> 담당 PD인가가 학폭에 연루되었다는 기사가 났다. 학폭을 다룬 드라마인데, 학폭 PD가 담당을 했다니. 사실 이 PD의 사건은 정확히 어떤 건지 몰라서 별로 말을 덧붙이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요즘 어르신들이 즐겨보는 트로트 프로그램에서도 1등을 달리던 참가자 하나가 학폭 및 여러 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전에도 몇몇 아이돌이나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같은 전철을 밟은 걸로 안다. 

 

나만의 뇌피셜이긴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예전보다 학폭이 조금 줄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생각이라는 걸 하는 인간이라면, 최근 이슈들을 보고 '지금 내 행동이 나중에 내 발목을 제대로 잡을 수도 있겠구나'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원래 벌이라는 것이 이런 예방 효과를 목적하기도 하는 것이니. 물론 내일은 없는 듯 살아가는 비행 청소년의 경우, 저런 논리를 인식하고 행동을 변화하진 않을 테니 학폭이 사라지진 않을 거다. 그리고 청소년이 아닌 어른의 경우도, 학폭과 비슷하거나 더 심한 못된 짓을 많이 하는 인간이 있을 테고. 

 

드라마 <더글로리>는 처절한 방법으로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을 이루었다. 현실에서는 모든 개별 차원의 인과응보 권선징악이 다 이루어지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법과 사회 차원에서 큰 흐름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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