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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

진짜 식물이 돈이 되나? 『몬스테라 알보로 시작하는 식테크의 모든 것』

by 달리뷰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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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관심 조금에 '재테크' 관심 조금이 합쳐져 '식테크'에 닿다

얼마 전 우연히 웹툰 『크레이지 가드너』와 책 『아무튼, 식물』을 봤다. 나도 한때 선물로 받은 손바닥보다 작은 다육식물을 풍성하게 키워본 경험이 있기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나의 일천한 경험은 정말 먼지와도 같고, 식물을 좋아하고 많이 키우는 식집사들의 세계는 또 완전 새롭더라. 햇빛이 잘 드는 공간이 허락된다면 나도 식물을 키우고 싶은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경영경제를 전공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재테크에는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최근 조금씩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직 뭔가를 제대로 착수한 단계는 아니고, 다른 이들은 어떤 식으로 재정을 운영하는지 궁금해하며 찾아보는 정도. 
 
그러다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머니멘터리라는 채널의 '식물 재테크' 에피소드를 보게 됐다. 원래도 식테크라는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으나 별 생각 안 했었는데, 영상을 보니 호기심이 생기긴 하더라. 마침 해당 영상에 출연한 분이 쓴 책, 『몬스테라 알보로 시작하는 식테크의 모든 것』 이 도서관 신간코너에 들어와있어서 읽어봤다!

박선호(에레디소) 지음, 시월 출판, 2022.4.30 초판 발행 『몬스테라 알보로 시작하는 식테크의 모든 것』 (사진출처: 달리뷰)

 

몬스테라 판매로 1년에 2억원 수익 가능 (feat. 책 저자 실화)

일단 모든 투자가 다 그러하듯, 투자자마다 수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유튜브 영상 출연자이자 이 책 저자가 밝힌 식테크를 통한 작년 수익은 2억원 정도라 한다. 사실 이 분은 이제 전업으로 식물을 키워 판매하고 계시기에 '식테크'라기보다는 자영업이 맞을 것이다. 
 
원래 저자는 분당에서 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식물을 좋아해서 학원에 식물을 많이 들여놨다고 한다. 햇살이 잘 드는 공간 덕에 식물들은 무럭무럭 잘 자랐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학원 운영은 적자로 돌변! 월세라도 내기 위해 정성껏 키운 식물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 수익이 상당했다고 한다. 코로나 시기, 돈이 풀리면서 식물 시장도 꽤 활기가 돌았던 거 같다. (누군가는 거품이라 부를 수도 있다) 
 
식물 시장 중에서도 가장 거래량이 많고 대량 번식이 불가능해서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건 '몬스테라 알보'라는 개체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에 하얀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애가 몬스테라 알보인데, 잎장당 가격이 시기마다 편차가 꽤 크지만 10~15만원 정도라고 한다. 어떤 종인지, 크기나 무늬가 어떤지에 따라 가격이 꽤 차이를 보이는 듯하다. 
 
(잎장은 잎과 생장점, 구근을 포함한, 하나의 성체로 잘 클 수 있는 단위를 말하는 거 같은데, 책 어딘가에 설명되어 있는데, 어디 있는지 못찾겠다..)

저자가 키우는 몬스테라 알보(좌)와 민트 몬스테라(우) (사진출처: 더필플랜트 인스타그램)

 

식물 시장의 전망: 투기적 시장 vs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시장

책을 펼쳐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네덜란드 튤립 투기'였다. 역시,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는지 저자도 책 초반에서 몬스테라 알보의 특징을 소개하고 시장 추세를 언급하며 '튤립 투기'와 다르다고 못 박는다. 코로나 시기에 주식이나 암호화폐가 그러했듯, 몬스테라 알보를 비롯한 희귀 식물의 가격도 급격하게 올랐다가 최근 꽤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선물 거래의 성격을 띠며 구근 식물  특성상 불안정한 요소가 많았던 튤립과 달리 몬스테라는 비교적 안정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은 어느 정도 타당해보였으나, 나는 내 기준으로 식물 시장이 투기적 시장인지, 아니면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건강한 시장인지 판단해보고 싶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판단 기준은 이렇다. 차익을 남기고 되팔 생각으로 구매를 하는 이가 대다수이면(대다수의 기준이 다소 애매하지만..) 투기적 시장이다. 반면, 거래 대상이 되는 물품 자체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어 구매 후 그것을 보유하는 자가 일정 수준(이 기준도 다소 애매하지만..) 이상이면 투기적 시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투기적 시장이 아니라고 해서 다 성장하는 건 아니다.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균형적으로 커져야 한다. 공급에 특별히 엄청난 진입장벽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수요가 커지면 시장은 같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책을 읽다 보니, 돌연변이를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희귀품종들은 공급에 진입장벽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일단 몬스테라 알보는 아니다) 물론 수요가 커지면서 대량 공급이 이루어지면 금방 레드오션이 될 텐데, 이 개체 특성상 삽목으로만 무늬가 유지되어서(그것도 반드시 유지되는 것은 아닌 듯), 자체적으로 공급량 조절이 가능해 보인다. 
 
여하튼 이런 내 기준에 따르면, 식물 시장은 실체가 없는 투기적 시장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웹툰(크레이지 가드너)와 책(아무튼, 식물)의 저자만 해도, 식물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고, 실제 많은 식물을 반려동물 키우듯 돌본다. 이런 이들을 통칭하는 '식집사'들이 제법 있는 만큼 완전한 투기 시장은 아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암호화폐를 산 사람들은 자기가 산 코인을 애지중지 아끼며 돌보고, 그 자체에서 가치를 찾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일단 저자도 최근 영상에서 솔직하게 밝혔듯, 코로나 때의 피크가 또 오리라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셀럽의 홍보 효과나 중국 시장의 성장이 추후 티핑 포인트가 될 수는 있다고도 말하더라. 
 
내 생각도 비슷하다. 1인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세상에서, 혼자 집에서 심리적 따스함과 심미적 만족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취미 '식물'은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것과 유사하달까. 다만, 식물 시장이 커진다고 반드시 식테크의 투자 수익이 높아지리라는 법은 없다. 
 
쓰고 보니, 너무 하나마나 한 말을 한 거 같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라도 더 디테일하게 전망하기엔 '몬스테라 알보' 시장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혹시 나중에 더 관심이 이어지면, 다시 생각해봐야지.  
 

몬스테라 알보, 예쁘긴 참 예쁘다! 하나 사볼까?

이 책은 판형이 크고 속지도 다 코팅지인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정보 전달용으로도 심미용으로도 필수인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기 때문이다. 초록초록한데다가 각양각색으로 무늬가 새겨진 큼지막한 이파리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하나 데려와 기르고 싶어진다. 관상용으로 키우다가, 개체수를 늘려서 판매도 하면 말 그대로 소소한 식테크도 될 테니! 
 
그래서 들어가봤다, 저자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더필플랜트'. 그러나 하나 빼고 다 품절이다. 

책 저자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더필플랜트' (사진출처: 공식 스마트 스토어 캡처)

 
다른 스마트스토어, 쿠팡, 당근마켓 등에서도 몬스테라 알보가 있긴 하다. 근데 잠시 풀어진 정신줄을 쥐어 잡고 차분히 생각했다. 내 방은 북향이라 광량이 부족할 거고, 남향 창문이 난 거실에 두자니 엄마, 아빠가 이게 뭐냐 물어서 내가 "25만원 주고 산 몬스테라 알보야"라고 답하면 등짝 스매싱을 맞을 게 분명하다. "뭔 놈의 풀때기를 25만원이나 주고 사!!"라고 하시겠지. 
 
아무튼 꼭 몬스테라 알보가 아니더라도, 나중에 여건이 되면 식물을 키워보고 싶긴 하다. 과거 조그마한 식물을 받아 이름도 붙이고 크게 키우며 분갈이도 두서너 번 해준 기억이 따스하게 남아있거든. (식테크는 어디 가고, 취미 부자의 취미 추가만 남은 건가..)
 

식테크에 관심 있거나, 몬스테라 알보를 키우고픈 사람은 이 책 강추!

이 책은 제목값을 잘 한다고 본다. 다소 딱딱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몬스테라의 디테일한 분류부터 구매, 기르기, 커팅, 수익 창출 등의 내용이 꼼꼼히 정리되어 있다.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해서 조각조각 얻을 수 있는 정보들도 있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잘 묶인 정보가 더 신뢰가 가고 머리에도 잘 남는다. 
 
아직 확정할 일은 아니지만서도, 연말에 새 거처에 정착하면 식물을 기르고 싶은데, 혹시 몬스테라 알보를 기르게 된다면 이 책을 또 찾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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