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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TV

<길복순>, 통쾌한 액션과 미흡한 결말의 전도연 영화!

by 달리뷰 202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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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좀 고단했던 금요일 밤, 머리까지 돌리기는 귀찮아서 액션 영화가 땡겼다. 타이밍 좋게도 <길복순>의 넷플릭스 개봉일! 원래 전도연 배우도 좋아하고, 영화 <킬빌>도 재밌게 본지라, 한국판 <킬빌>이 아닐까 기대하며 영화를 재생했다. 킬러가 주인공이니 만큼 피 튀기는 장면이 많기에, 등급은 물론 19세 이상 관람가다.

영화-길복순-포스터에서-장바구니와-도끼를-들고-빨간-수트를-입고-걷는-길복순(전도연)

 

[줄거리] 에이스 킬러이자 여중생의 엄마인 '길복순'의 이중생활

스포 다량 함유. 스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라고는 생각.

 

1. 짧고 재밌는 인트로!

영화는 황정민과 전도연(길복순)의 배틀로 시작한다. 둘이 주연으로 나온 <너는 내 운명>을 꽤 감동적으로 본 지라, 둘이 이렇게 싸우는 걸 보니 신기했다. 게다가 황정민은 재일교포 야쿠자로 나오고, 전도연은 호텔 메이드 복장이어서 실사판 게임을 보는 듯한 분위기다. (<블랙 미러> 장면이 교차 되더군) 황정민은 여기서 잠깐 나왔다가 전도연한테 죽는 특별 출연이었는데, 인트로를 잘 짰다고 생각한다. 흥미 유발로도, 전도연이 미리 '싸움의 수'를 그려보는 걸 보여주는 장치로도 성공적이었다. 

 

2. 킬러계 대기업 MK와 에이스 길복순

길복순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업 킬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우수한, 킬러 업계의 가장 큰 기업의 최고의 에이스 킬러다. 그러면서 길복순은 여중생을 기르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킬러 업계가 기업화 되어서 아주 체계적이고 규모 있게 움직이기 때문에, 길복순은 돈도 잘 번다. 아주 좋은 집에서, 아이를 고급 사립학교에 보내는 능력있는 엄마다. 

 

길복순이 소속된 킬러 회사 MK의 대표는 차민규(설경구), 이사는 차민희(이솜)이다. 이 회사는 마치 아이돌 기르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비슷하게 연습생들도 많고, 월말 평가도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의뢰를 그 중요도에 따라 A, B, C급으로 분류해서, 적절한 요원에게 의뢰를 맡긴다. 그리고 MK 말고 다른 자잘한 킬러 회사들도 있는데, MK 대표 차민규는 7년 전 킬러 회사 대표들을 모아 놓고, '규칙'을 정하자고 한다. 규칙은 세 개다. 하나, 미성년자는 죽이지 말 것. 둘, 회사에서 허가된 업무만 할 것. 셋, 회사에서 내려온 업무는 반드시 트라이 할 것. 이런 규칙은 무소속으로 혹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킬러를 제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킬러 업계의 안정적이고 견고한 성장을 뒷받침한다. 이런 건 영화에서 자세히 그려져 있지는 않지만, 행간을 읽으면 이러하다. 

 

MK의 대표 차민규는 길복순과 인연이 깊다. 최소 20~30년 전으로 추정되는 예전에, 킬러 차민규가 길복순의 아빠를 죽이러 집에 들어온다. 자살로 위장하여 죽이려는 찰나, 여고생 길복순이 평소보다 일찍 집에 들어온다. 아빠가 재갈 물고 손이 묶인 채 목이 매인 채로 의자에 발끝만 닿아 버둥거리는데, 길복순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킬러 차민규와 차분하게 말을 주고 받는다. 차민규가 목격자를 그냥 둘 순 없다고 말하자, 길복순은 자기 아빠 발끝에 겨우 닿아 있는 의자를 발로 차서 아빠를 끝장낸다. 그리고 차민규를 보며 환히 웃는다. "이제 아저씨가 목격자다."

 

싸이코패스 같기도 하지만, 이해도 된다. 어른이 된 길복순이, 자기는 첫 살인부터 전문가 소리를 들었다며 폭력과 함께 자랐으니 그럴만 하다고 한 걸 보면, 어린 길복순의 아빠는 폭력 경찰이었던 걸로 추정된다. 이때 차민규는 길복순을 죽이지 않고 데려가서 자기 수하에서 킬러로 길러낸다. 그리고 이 겁 없고 재능 있는 여고생에게 특별한 마음도 갖게 되는 거 같다. 

 

3. 길복순이 재계약을 망설이는 이유

MK와의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며, 차민규는 길복순에게 재계약 조건을 말하라고 한다. 그러나 길복순은 재계약 자체를 망설인다. 사람을 죽이다보면 마지막 순간에 그 사람 눈동자에 자기 얼굴이 비칠 때가 있는데, 그러고 집에 오면 딸의 눈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복순은 자기 일을 즐기기도 하고, 과거 딸을 임신했을 때 차민규에게 아이 때문에 일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래서 고민이다. 

 

MK에 A급 의뢰가 두 개 들어왔다. 하나는 한국, 하나는 러시아. 차민규가 길복순에게 고르라고 하자, 길복순은 한국 일을 고른다. 러시아 일은 차민규가 직접 처리하기 위해 떠난다. 길복순이 맡은 일은 A급이지만 쉬운 일이다. 유명 정치인의 아들을 죽이고 자살로 위장하는 것. 길복순은 유망한 어린 연습생 여자애 하나를 인턴 삼아 데리고 일을 하러 간다. 그리고 이 아이를 죽이려는 의뢰인이, 자기 정치 인생을 위한 이 아이 아빠라는 걸 파악하고는 아이를 죽이지 않고 나온다. 차민규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임무 실패라고 보고를 한다. 재계약의 조건은 이 일을 실패한 채로 그냥 두는 것이다. 

 

4. 킬러 길복순을 죽여라?!

차민규는 회사 평판에 무리가 가더라도 길복순의 조건을 받고 재계약을 하려고 하는데, MK 이사인 차민희(이솜)가 분노한다. 그리고 단독으로 다른 요원을 시켜서 그 정치인 아들을 처리한다. 그 다른 요원은 바로 한희성(구교환)이다. 능력은 있지만 윗선에 찍혀서 승진을 못하고 있는 MK의 요원이자, 길복순과는 원나잇을 즐기기도 하는 관계다.

 

길복순과 한희성은 은퇴한 킬러 아저씨가 하는 술집에서 다른 회사 킬러들과 가끔 술도 한 잔 하는데, 이날도 우연히 다들 그 술집에서 모인다. 길복순은 자기가 접자고 한 사건을 처리해버린 것을 보고 날카로워져 있다. 차민희 이사가 이때 한희성에게 전화를 하고, 이렇게 다들 모여 있는 걸 알자 스피커폰을 켜달라고 부탁하고 모두가 듣는 가운데 이렇게 말한다. 자기 회사에서 룰을 어긴 한 명을 다 같이 처리해준다면, 우리 회사 좋은 자리로 스카웃 해주겠다고. 

 

스카웃 제의에 눈 먼 킬러 여섯(구교환과 술친구 셋, 술집 아저씨)이 길복순을 죽이기 위해 덤벼든다. 내 기준으로는 하이라이트 액션 장면이다. 별로 마음 졸이게 되진 않는다. 당연히 길복순이 이길 테니. 위기의 순간도 있었는데, 길복순이 데리고 온 연습생이 길복순 편으로 붙으면서, 나머지 여섯은 다 죽고 길복순과 연습생만 산다. 

 

5. 난장판을 수습하려다가 더 난장판이 된 판

킬러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길복순 손에 죽은 이들 중에는 다른 회사 소속 킬러도 있다. 그리고 킬러 업계의 규칙을 만든 MK에서 이 규칙을 깨뜨린 것에 다른 킬러 회사 대표들은 다 같이 분노한다. 차민규는 어찌된 일이지 파악하고 몹시 열 받지만, 수습을 위해 노력한다. 대표 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꽤 매끄럽게 수습을 시도한다. 킬러 업계 룰을 깬 게 자기 직원 한희성이었고, 한희성을 처리하기 위해 길복순을 보냈는데, 한희성과 함께 있던 친구들이 반격을 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여기서 매번 반항적인 자세인 대표 하나가 차민규에게 살짝 시비조로 나가는데, 차민규는 이 대표를 말그대로 묵사발 만든다. 이때 차민규는 피범벅이 된 채로 광기 어린 말투와 눈빛을 보이며, 다른 대표들을 압도한다. 설경구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고 대단하다. 영화 전반적으로도 그렇다고 느꼈는데, 여기 폭발 장면에서 방점을 찍었다. 

 

그러나 대표 회의가 있던 시기, 계속 서로 웃으면서 날을 세우던 길복순과 차민희, 즉 전도연과 이솜이 계약서를 앞에 두고 만난다. 길복순을 도발하는 차민희, 길복순 손에 죽는다. 그리고 길복순은 차민규에게도 피 묻은 칼을 보낸다. 피 묻은 칼을 보내는 건, 너랑 나랑 하나 죽을 때까지 붙자는 의미다. 길복순이 이렇게 폭주한 이유는, 자기와 함께 있던 연습생 여자애를 처리한 데에 대한 분노로 보인다. 

 

6. 다소 미흡한 마무리지만, 액션 영화이니 이해

길복순과 차민규는 회사에서 만난다. 배틀 뜨기 전에 일단은 마주보고 앉는데, 길복순이 아무리 생각해도 수가 안 나온다. 수를 생각하는 장면은 길복순의 머릿속이지만 시뮬레이션으로 다 보여지는데, 뭘 해도 길복순이 당한다. 그만큼 차민규는 베테랑 킬러다. 그러나 배틀은 길복순의 승리다. 왜? 길복순은 차민규의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그 약점은 바로, 길복순이다. 이 둘의 싸움 장면에서 아주 러블리하고 경쾌한 배경음악이 나오는데, 잘 어울린다. 연출 한 번 대단하다고 느낀 지점이다. 

 

피 흘리며 주저 앉은 차민규가 길복순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 없이 사는 게 지옥일까, 지금 네 애가 이걸 보는 게 지옥일까.' 이들이 싸우는 동안 차민규의 부하 하나가 길복순 집 문 앞에 태블릿 PC를 하나 두고 사라지는데, 태블릿을 주워든 딸은 거기에서 차민규를 베는 엄마를 본다. 

 

길복순은 급히 집으로 달려간다. 딸이 자기 실체를 알아버렸을 까봐 몹시 두려워하며 오열한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딸의 방문을 연다. 딸은 잠들어 있다. 숨을 죽이며 문을 다시 닫는데, 딸이 일어난다. 엄마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일 하느라 수고했다며, 피곤해 보이니 쉬라고 말한다. 

 

이때 잠깐 생각했다. 딸은 엄마 직업이 국정원 직원인가 추정한 적이 있는데, 영상을 보고도 국정원 업무라고 생각해서 침착했던 건가? 아니면 엄마가 사람 죽이는 킬러여도 괜찮았던 건가? (딸에게도 약간의 킬러 끼가 있다. 자기를 협박하는 남자애의 목 밑을 가위로 찔러 정학을 먹는다.) 그것도 아니면 태블릿을 보는 장면은 길복순의 머릿속 시뮬레이션이었던 건가? 

 

아무튼 어두운 집에서 딸과 대화를 나눈 후,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길복순의 얼굴을 보여주다가 크레딧이 올라간다. 그런데 감독과 주연배우 크레딧 이후 장면이 조금 더 이어진다. 일단 자기 아들 죽인 유명 정치인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아무래도 길복순의 작품인 거 같다), 길복순의 딸이 학교에 가서 자기 여자친구에게 살벌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자기가 가위로 찌른 남자애에게도 냉소적인 미소를 한 번 날리며 학교를 떠나는 장면이다. 

 

그리고 영화는 진짜 끝난다. 

 

[감상] 킬링타임용 한국 액션 영화로는 몹시 만족!

1. 액션 만족

킬러가 나오는 만큼, 액션 장면이 꽤 있다. 사실 액션 장면이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별로인지를 가려내는 눈이 없는 편이라서 그냥 배우가 마음에 들거나 장면이 통쾌하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아저씨>에서 원빈의 액션 장면이라든가, <13구역>에서 파쿠르하는 액션 장면 같은 것들. 여기서는 내가 전도연 배우를 좋아해서 만족스러웠다. 나이 50의 여배우인데도, 연기는 물론 액션 역시 쫀쫀하고 멋지다. 대역을 썼을 테지만, 

 

2. 연기 대만족

전도연 연기 잘 하는 거야, 전 세계가 아는 것이니 두 말 할 필요는 없다. 인트로에 특별 출연한 황정민도 마찬가지다. 황정민은 양아치 조폭 연기가 정말 찰떡이다. 

 

이 영화에서 특별히 놀란 건 설경구, 구교환, 이솜이다.

 

설경구는 전도연, 황정민과 유사한 베테랑 배우이고 연기 잘 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뭔가 발성까지도 바꿔버린, 냉철하면서도 포스있는 킬러 회사 대표를 진짜 잘 표현했다. 발성을 바꾸는 연기가 난 정말 신기하고 대단해보인다. 아주 오래 전, <신데렐라>라는 드라마에서 문근영 배우를 보면서도 같은 이유로 놀랐었다. 

 

구교환도 개성있는 배우란 건 약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보고 꽤 인상 깊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외모도 목소리도 아주 아주 특별한 느낌은 아닌데, 묘한 매력이 있다. 

 

이솜은 여기서 완전 물 만난 물고기 같은 연기를 보였다. 이솜의 얼굴이 전형적인 미인형이라기보다 개성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길복순>에서 킬러 회사 이사로서 제대로 들어맞는 얼굴과 연기였다. 특히 전도연이랑 둘이 대화할 때, 둘 다 자기만의 스타일로 포스 뿜뿜이라 보는 맛이 있었다. 

 

3. 아쉬운 결말도 딱히 문제 안 됨

왜 마지막 배틀에서 차민규는 길복순한테 졌을까. 실력으로만 보면 차민규가 이긴다. 근데 차민규가 길복순을 좋아해서 진 거 같다. 남녀 관계로 좋아한 건지, 약간은 오빠나 삼촌 같은 마음으로 좋아한 건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전개다. 그래도 그냥 좋아하는 사람을 죽이느니, 좋아하는 사람에게 죽임 당하겠다는 건 그럭저럭 이해하겠다.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지막 대사다. '내가 너 없이 사는 게 지옥일까, 네 애가 이걸 보는 게 지옥일까'라는 말에서, 첫 번째 지옥은 자기의 지옥이다. 두 번째 지옥은 길복순의 지옥이다. 내가 지옥을 맛보느니, 네가 지옥을 맛봐라, 이거 같은데, 이걸 보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짓은 아니다. 좋아한 거여, 아닌 거여? 

 

내가 뭔가 놓친 것일 수도 있지만, 통쾌한 액션 재밌게 잘 봐놓고 마지막에 물음표가 떠서 좀 아쉽기는 했다. 그러나 액션 영화이니 스토리만 핍진성보다는 액션을 주로 보는 것이 마땅할 터. 

 

노곤노곤한 날, 혼자 넷플릭스로 2시간 보내고 싶을 때, <길복순> 추천!

원래는 킬링타임용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예외일 때가 있다. 머리 쓰고 싶지 않은데 잠도 잘 오지 않을 때, 즉 노곤노곤할 때다. 진지하거나 생각할 거 많은 영화를 보면 노곤한 몸에 머리까지 돌아가며 피로가 가중된다. 이럴 때는 액션 영화가 딱이다! 

 

게다가 전도연을 좋아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유머도 곳곳에 박혀 있는 편이라 재밌게 볼 수 있다. 다만, 당연히 19세 이상 관람가이니만큼 성인, 그것도 아직 머리 말랑말랑한 20대보다는 30대 이후에게 추천한다. 꼰대 같은 오지랖인 걸 인정하지만, 10대나 20대는 아직 마음이 말랑하고 가치관이 자기 자신과 세계의 관계 속에서 유연하게 형성되어가는 시기이니 좀 더 건설적인 걸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말하고 보니 진짜 노인네 같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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